이천구년제주의푸르딩딩바다와화장실에휴지2개
2009/01/04
일요일아침.
"저 이번주에 휴가거든요, 여행다녀올게요"
"누구랑 가는데?"
"전에 여름에 같이 놀러갔었던 머리긴 애요."
"그래, 조심히 다녀와라"
yes
혼자 간다고 하면 100% 못가게 할것만 같아
뻥치고 나왔다.
그리고 초등학생만한 가방과 우쿨렐레를 들고 고속터미널로 신나는 스텝을 밟았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가는 방법
1. 김포에서 비행기를 탄다.
2. 목포로 가서 배를 탄다.
나는 비행기를 타본적이 없기 때문에 비행기 스킬이 없었다.
그래서 목포에서 배를 타기로 작정하고, 고속터미널로 갔다.
응????
고속터미널
2007년 추석, 나의 브라더 면회가려고 새벽같이 나왔는데,
수표는 안받는다며 마이크를 꺼 버리던 냉철한 매표원.
현금은 돈이 부족해서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꿔달라고 말했으나,
다들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겨우겨우 어떤 대머리 아저씨가 오천원을 꿔주며
"학생 준비성이 철저해야지 ㅉㅉ...꼭 갚어 "
그리고 갚으라며 계좌번호까지 써주던 그 대머리 아저씨
그런데도
800원 부족해서 그 매표원은 또 마이크 꺼 버리고!!!
버스는 출발해 버렸다.
멍하니 앉아서 떠난 버스를 바라보며 지갑을 뒤져보니 800원이 나오네요.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ㅓ
우쿨렐레를 갖겠다는 의지가 생긴 날이기도 하다.
(왠지 모르겠지만)
암튼 지금은 2009년 1월!!!!!
슬픈과거는 모두 잊어 버리고 목포로 가는 티켓 get!
테크노마트와 롯데마트를 휘적휘적거리다가 버스에 탔습니다.
내자리는 15번입니다.
고속버스인데 혼자 앉는 좌석!!!
처음엔 창밖도 보면서 느낌있는 척하다가 졸리고 피곤하고 지루하고 따땃해서 그냥 자 버렸다.
잠깐 차가 멈추더니 사람들이 내린다.
휴게소인가??
시계파는 2인조 수다맨들이 차에서 오르내리고 다시 버스 출발.
코너에 쌓인 눈, 산, 논, 흙표흙침대공장 등등을 지나치고
목포
도착!!!!
완전 도시다. 왠지 경기도 부천시 중동같은 느낌 .
터미널안에서 밖으로 못나오고 빙글빙글 돌다가 매점아줌마에게
"시내버스 타려면 어디로 가야대요?"
라고 물으니까
티비를 보던 몸을 내쪽으로 돌리더니
"저~~~~~~~~~~~~~~기, 저어~~~~~~~~~~~~~~~~~~~~~~~~~~기"
손으로 가르켜 준다.
암튼 그냥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로 따라갔다.
버스정류장 발견!!!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버스터미널이니까.
항구로 갈 땐 국제여객선터미널로 가면 된당~
＼( * ´ ∀｀*)ノ 좋아 쉽다쉬워
목포시내구경도 하고 싶었지만 짐도 무겁고 찜찔방으로 찾아 들어갔다.
입구에 다다르자 천장낮은 카운터안에서 일어서서 인사를 하는 아주머님!!!
찜질은 안하고 목욕만 한데요 그것도 10시까지
GG
다른곳으로 갔다.
4000원 목욕
6000원 수면방
오잉???
남잔지 여잔지 알수 없게 생긴 젊은이에게
"수면방하면 목욕 못 해요?"
"아뇨~ 둘다 되요."
오예!
나는 여탕으로 올라가서 71번 키를 가지고 71번 락카를 찾아헤맸다.
어째서!!!!!!!!
락카숫자가 랜덤으로 되어 있는거지??????
계속 열쇠를 들고 왔다갔다 거리니까.
이런 애송이같은 녀석 느낌을 풍기며 어떤 아줌마가 터푸 하게 안내해줬다.
고맙지만, 락카순서가 왜... ....
암튼 난 초등학생만한 가방과 우쿨렐레를 구겨넣고 2시간 넘도록 목욕탕에서 허물을 벗겼다.
리얼리티한 목포의 생생한 사투리를 들으며 물속에 들어가 있는데
정말 꿈같다.
애기 사투리
할머니들의 사투리
아줌마들의 사투리 수다
나도 말하고 싶다.
홀로 떠난 여행은 편하다.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난 쓸데없는 말이 너무 하고 싶었다.
말하고 싶어 떠들고 싶어 말말말말마람람라마람ㄹ말말말말말말말말맒람라말말말말마라마랆
목욕탕때밀이 아줌마 한테 말걸었는데
자기도 여기 온지 얼마 안됐다면서 짧게 짧게 대답하신다.
네, 조용히 있을게요
그리고 수면방에 올라갈려고 입구에서 나눠준 반팔 반바지를 줏어 입고 ,
건물밖 계단으로 올라갔다.
이게 맞나??
음....여긴 뭐랄까 거실이 넓은 집같다.
맨 구석에 티비가 있고(이 티비는 아무도 안끈다),
정수기가 있고, 여성전용 수면방이라고 써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엄청 환한 조명에 2명 누우면 꽉찰 공간이었다.
무슨 흡연실처럼 생긴 그곳을 나와서 그냥 티비가 있는 곳 구석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 누워서 본 수면방
티비에선 스타골든벨이 나온다.
가방속에 넣어둔 믹스너트가 먹고 싶다.
그리고 피곤했는지 스타골든벨이 재미가 없었는지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