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구년제주의푸르딩딩바다와화장실에휴지2개
2009/01/05
친절한 금자씨입니까?
눈을 뜨니 ocn에서 금자씨가 나오고 있다.
지금 시간이 새벽 3시 14분인데....
역시 티비는 끄지 않습니다.
나는 반쯤 뜬눈으로 금자씨를 좀 보다가 주위를 살펴 봤는데,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 혼자 여자야
이건마치 MT때 술취해 잠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주위에 친구들은 없고 정정한 선배님들만 득시글 거리던 어느 겨울MT를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었다.
그때 친구들은 모두 아늑한 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
암튼 나는 금자씨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수면의방을 빠져나갔다.
미안
목욕탕 나무판대기 위에서 끄적끄적 거리며 시간때우고 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들어오면서 나처럼 락카찾느랴 방황하고 계셨다. 크~
다시 목욕탕에 들어갔다왔다거렸다.
머리말리고 옷갈아 입고 있는데 , 탕안에 버튼누르면 폭포수 쏟아지는 게 고장났나보다.
알몸투혼 아줌마A는 내 락카룸 아래에서 자고 있는 때밀이 아줌니B에게 거침없이 들이냈다.
~고라
뭐시라고라고라고라?
나는 왠지 모를 훈훈함에
머리를 죄다 꼬불꼬불 고데기질을 하고 머리를 묶었다. 뭐지?
그렇게 뻘짓을 하고 있으니 7시가 다 되어 간다.
이제 배타러 가야겠다 싶어서 수상한 수면방이 딸린 목욕탕을 빠져나왔다.
친구한테 이 수면방 얘기하니까 내가 남탕에 들어간거 아니냐고 한다.음....반박할 만할 근거가 없어.
7시 넘었는데 밖은 어둡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항구로 간다
절대 여기서 볼수 없는 플래카드였음.
버스를 타고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내렸다.
난 기념사진을 찍었지만 악마가 나올 것만 같은 풍경임.
안내데스트로 가서
"저기요~ 제주가는 배가 저 핑크돌핀호밖에 없나요??"
"밖으로 나가서 국제항으로 가면 됩니다"
고마워유
목포에서 제주로 가는 배타러갈 땐 꼭 국제항으로 가야함.
9시 출항하는 퀸메리호 !!! 표는 7시30분부터 살 수 있다.
"제주가는 퀸메리호 표 주세요"
"1장이요?"
"넴"
"... ...(이상한여자다)"
"저 근데 3등객실은 어떻게 생겼나요?"
그러자 매표직원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42인실인데 보통은 30명만 집어 넣습니다"
또?
42인실
네.
26,500원 제주로 가는 티켓 Get!
요동네 사람들은 이쪽저쪽을 좋아한다.
새해기념이라고 황소모양 저금통을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사람들은 배를 타기위해 계단을 부지런히 올라간다.
거의 가족단위가 많았고 , 학생단체, 골프하러가는사람,등산하러가는사람 , 커플 등등 있는데,
초등학생만한가방에 우쿨렐레 들고 땅콩을 먹으며 황소모양 저금통을 들고 가는 갈색머리 여자는 나밖에 없었음.
요런 기분
그래도 어떤사람들이 있을지 두근두근 거리면서 403호를 찾았다.
어쩌면 젊은이들이 있을 수도 있고, 이게 인연이 되어 즐거운 여행이 될지도 몰라라랄라라라라~
그렇게 지나가면서 방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어떤방엔 눈에 띄이게 할아버지 할머니 들이 많았다.
저긴 아닐거야.
와우
403호 낙찰!
네 최고의 룸메이트들입니다.
내가 들어가니까 (그것도 혼자) 왠지 순간 정적이 흐르고 시선집중
난 이어폰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집중하고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학생!"
"학생!"
"학생!!!! 뭐 떨어졌어"
아이고 고맙습니다.
난 떨어진 티켓을 주섬주섬 줏어 담고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가방을 내려 놓고
벽에 기대어 시디피를 만지작 거렸다.
그렇게 어정쩡하게 앉아 있었는데,
새롭게 등장한 외국인커플로 인해 나에게 쏟아지던 시선이 분산됐다.
Thank you
고마워요 흑흑
배안에서 바라본 바다는 따뜻했다.
뭐랄까 평화롭다~라는 기분으로 믹스너트를 오도독 씹으면서 배안을 조용히 둘러 보고 있는데,
내 맞은편에 꼬맹이가 혼자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같이 할래?"
나는 꼬마를 픽업해서 둘이 진지하게 공기놀이를 했다.
나는 연령미상의 꼬맹이와 놀다가 말씨가 왠지 구수하길래,
"부산에서 왔니?"
라고 물어보니까 아니라고 제주도사람이라고 했다.
현지인이다.
제주도 사투리 처음들었는데 너무귀엽다.
그리고 혼자 배안을 서성이고 놀고 있는데
제주도에서 블로잉하는 환조과 대인배님의 연락!!!!!
제주에 도착하시면 연락하세요~
크~ 제주도까지 가서 밥을 얻어 먹다니 대단해 놀라와 신나라 아싸라비야콜롬비야
대인배님과 그의 부장님 대대대대인배님들과의 조우를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객실로 돌아왔다.
잠깐 나갔다 돌아왔는데 2팀이나 고스칩니다.
＼( * ´ ∀｀*)ノ
브라보오~
난 땅콩먹고 음악 듣고 잘래유//
못잤다.
꼬맹이가 또 공기놀이 하자고 하길래.
나는 서로 그림그려주기를 제안했다.
그리고 입시미술하는 고3 마냥 혼신의 힘을 다해서 그렸다.
10살 소녀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그린 나의 모습.
손이 없네유//
그리고 나에게 작은 편지도 써줬다.
김치는 직접 만들어야 맛있음.
그림그려주는 사이에 제주도착!!!!
우리는 기념촬영하고 서로의 번호를 주고받으며 byebye했다.
그리고
혼저옵서,하영봅서,쉬영갑서예
나 왔어요.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관광객들 사이에 찡겨서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관광버스를 타고 항구를 떠나자 나는 가슴 한구석이 허~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항구를 어떻게 빠져나갈것인가 고민하는 찰나에
시내버스 등장!!!!!
만세~
얼씨구나 하고 버스를 타고, 버스카드를 대 보았다.
"사용할 수 없는카드입니다"
잘못했어요.ㅜㅜ
그냥 천원내고 탔다.
그리고 아저씨한테 "제주시로 가주세요"라고 말했더니.
아저씨가 웃으면서
"아가씨 여기가 제주시야 ㅋㅋㅋㅋ 어디갈려고"
"...이마트요"
"ㅋㅋㅋㅋ이마트 2군데에 있는데 여행온겨?"
"네. 그럼 사람많은곳에 데려다주세요"
그렇게 나를 보며 웃던 아자씨는 제주의 명동이라는 곳과 제주의 신촌 중 고르라고 해서
나는 제주의 신촌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버스에 앉았고 버릇처럼 잠들었다.
자다 깼다 자다 깼다 한 3번 반복하니까
어떤 아주머님이 나를 잡고
도대체 어디가고 있냐고 정류장 지나치진 않았는지 물어봤다.
이렇게 하면 널 가질수 있을거라 생각했어!!!!!넌 내여자니까!!!!
응?
흑흑흑흑아줌마 고맙습니다.
근데 저 목적지가 없어서 아무데나 가도 상관없어유//
아줌마를 안심시키고 나도 "재원아파트입구"에 내렸다. 여기가 제주의 신촌이란 곳이란다.
음....
음....
그래요 신촌같아요.
근데 나 신촌가려고 배탄거 아닌데...
뭔가 뭥미같은 기분으로 다시 버스를 탔다.
버스타고 제주의 명동같은 곳을 돌아다니고 이마트에 들어가서 짐 넣어 두고 계속 왔다 갔다 거렸다.
난 이날 버스를 너무 많이 타서 이제 슬슬 제주시의 지리를 알것만 같았다.
그리고 집에 갈땐 비행기를 타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공항으로 갔다.
공항 가는 길에 택시 아자씨와 토킹어바웃
"어우 아가씨 혼자 여행 대단하네"
"에? 아녜요 허허허허허"
"어디 묶을 곳은 있어?"
"아~... 제주에서 일하시는 분이 알아봐 주신다고 해서요"
"남자? 여자?"
"남자요"
"남자친구?"
"에~ 아니예요 ㅋㅋㅋㅋㅋㅋㅋ"
"진짜아녀?"
아자씨 세상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게 많아염.
그렇게 아저씨는 모텔도 싸고 좋은데 많다며 본인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제주관광지도를 주고
내가 감사합니다.~하니까
"감안팔아!" 라는 저질개그를 날려주시고 떠나갔다.
4만2천원 비행기 티켓 get!!!
나 제대로 비행기 탈 수 있을까?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환조과 대인배님, 대인배님의 부장님과 조우
전골,물회를 먹고 바다가 보이는 해변가에 간지 카페에서 칵테일을 얻어 먹었다.
크~
바람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많고 마음씨 고운 아자씨도 많지요.